S의 약봉지 - 최근 우울증약을 복용하는 S.

S의 깊은 빡침에 의한 울화는 최근 시작되었다. 신념이 짓밟히는 아픔. 그것이 개인의 안위를 넘어 커다란 대의에 앞선다고 생각하는 것일 때 그 좌절감과 빡침은 어찌할 도리 없이 슬프다.

차라리 자신의 잘못이나 일만이 우선이라면 S는 우울증 약까진 안 먹었을거다.

언제부터 S는 더이상 사회적 관계에 대해서 조용히 참지 않았다. 더이상 눈가리고 아웅은 할 수 없었나 보다. S와의 인연은 참 오래되고 깊다. 처음 S의 부스러기들을 받아와서는 오래된 사진첩을 펼쳐 보았다. 거기 파랗게 파릇한 S가 있었다.

나의 파아란 한 시절을 S 또한 증거할 것이다. 거기 우리의 파아란 미소.

S는 자기 주장을 대놓고 하는 사람이 아니다. 드러우면 드러우니 그냥 피한다. 앞서 보이지 않으나 늘 자기 모습대로 자기 길을 가던 사람이었다. 예전엔 서슬 퍼런것들이 주머니 안에 있었다면 이젠 서슬퍼런 것들을 대놓고 주머니 밖에 두는 S.

살아가면서 점점 쪼그라들고 소심하고 아유 좋은게 좋은거야,, 나서지마 그냥 피해, 그나마 남아 있는 서슬 퍼런 것들도 죄다 주머니 안에 집어 넣기 급급한 나. 혹시라도 주머니가 벌어질까 퍼런 빛이 조금이라도 밖으로 볼일까 노심초사인 나.

젊은 때 누군들 투사가 아니었으랴, 혈기왕성할때 누군들 용기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여기

갈수록 총기탱천한 자가 있다.

평소의 자기 보다 무겁게 가라앉아 무서웠다는 S. 무거움과 가벼움의 경계. 자기답게 생각하는 그 경계를 지키기 위해 약을 먹는다. S의 약봉지를 보며 난 S의 용기를 본다. 파란 하늘같이 쨍쨍하던 시절의 S는 한 참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이다.

파릇파릇 더듬이를 세우고 앞으로 가는 씩씩한 S.

가만히 보니 어라! S 등에 날개가 솟고 있었네. S의 날갯 죽지가 꿈틀거릴때마다 크게 피어오르는 날개의 그림자를 미리 본다. 아 만져보고 싶어라 .저 날개.

내 등에도 달고 싶다. 저 가만히 펄럭이는 날개를..

흔적 수집- 약봉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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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봉지들, 드로잉